2017년 7월 2일 일요일

펀드 수수료에 대한 생각

운용업계에 몸 담고 있다보니 펀드 수수료 구조가 우리나라 공모펀드의 발전을 막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게 한두번이 아니다.

돈 많은 사람들은 공모펀드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

전문PB가 1:1로 붙어 관리를 해주기도 하고, 돈 많은 사람 몇을 모아 사모펀드를 만들기도 하고 굳이 공모펀드가 재테크에 필요하지 않다.



공모펀드가 필요한 사람은 일반 서민이다. 단돈 만원으로도 분산투자를 할 수 있는 투자상품은 공모펀드이기 때문이다.


공모펀드의 수수료의 첫번째 문제는 판매수수료가 비싸다. 운용피가 1%/연인데, 판매피도 1%/연 이다. 오히려 판매피가 더 높은 펀드도 많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판매할 때 한번 팔아놓고 연 1%씩 가져가는 판매수수료가 아깝게 느껴진다.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는 판매수수료가 없거나 매우 적은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굳이 판매사가 안팔아줘도 팔리거나, 스스로 돈을 모아서 운용사(or 투자자문사)에 가져오기 때문이다.

투자에 있어 운용이 판매보다 중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결국 수익을 가져다줄지, 손실을 가져다 줄지는 운용에 달렸다. 그런데 판매사가 절반씩이나 수익을 가져가니, 운용업계로 흘러들어오는 돈이 작고, 운용업 발전은 당연히 더디다.

(돈이 많이 흘러간다는건, 매니저의 연봉을 더 주건, 계량분석 시스템을 갖추던 무언가 운용을 위해 더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고, 업계 발전의 자양분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둘째, 공모펀드의 가장 큰 문제는 성과보수가 없다는데 있다.

공모펀드가 처음 나온 시절, 그리 오래되지도 않은 90년대후반~2000년대 초반은, 시중 자금이 펀드로 쏟아져 들어올 때였다.

성과보수는 필요하지도 않고, 쏟아져 들어오는 자금에 대한 기본수수료만 받아도 운용사가 커지고, 매니저들 연봉을 올려주고, 심지어 운용으로 돈 벌어 다른 회사를 차릴 정도로 돈을 쓸어 담을 때이다.

한마디로 경쟁은 치열하지 않고(운용사가 적고), 시장은 계속 커지니, 가만히 있어도 돈을 벌던 시절이다. 하지만 이게 문제다. 수수료 기반이다보니, 수익률보단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된다는 마인드가 운용사에 박혀있고, 돈이 들어오니, 우후죽순, 고객의 투자성향이나 향후의 리스크는 신경쓰지 않고, 무조건 핫한 곳에 펀드를 만들어 고객 돈을 끌어들이기 바빴다.

그리하여, 지금은 어떠한가, 고객은 펀드를 외면하며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외면하는 첫번째 원인은 수익률에 대한 불신이다.

고객은 수익률이 목적함수인데, 운용사는 수탁고를 키우는게 목적함수이다. 이 둘의 불일치가 상품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그러다보니 수탁고는 줄어들고, 운용사의 매출이 줄어드니 매니저의 연봉을 줄일 수 밖에 없고, 실력있는 매니저는 이 업계를 떠나니, 이는 기존 공모펀드의 경쟁력 악화를 가져온다.

운용사는 고정자산이 없다. 삼성전자처럼 수십조의 돈을 유형자산에 쏟아붓는 업종이 아니다.

유일한 자산은 사람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준다는 건 그 회사의 상품인 펀드의 경쟁력이 사라짐을 뜻한다.

그러면, 실력있는 매니저들은 헤지펀드나 성과보수가 있는 일임계약을 맺는 투자자문사로 향한다.

(앞으론 중/소규모 헤지펀드회사가 매우 많이 만들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결국 업계의 실력있는 매니저들은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는 시장으로 다 떠나간다. 하지만 그 시장은 돈 있는 사람들만 가입할 수 있는 시장이다.

그러면, 공모펀드는 시장대비 장기적으로 아웃퍼폼할 수 있는 펀드는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패시브인덱스펀드와의 차별점이 없다.

ETF로 대표되는 패시브는 판매수수료가 없다. 고객이 장내에서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장내에서 매수/매도 가능) 게다가 운용수수료도 싸다.

ETF의 총 보수를 0.4%라고 본다면, 공모펀드는 약 2%의 수수료이다. 어떤 고객이 가입하겠나?




결론적으로 높은 판매수수료, 성과보수가 없는 수탁고기반 운용보수. 이와 같은 수수료 구조를 가지고 있는한 공모펀드의 미래는 매우 어둡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 펀드수퍼마켓이나, 성과연동 공모펀드도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문제들로 인해 매우 더디게 진행되거나, 아예 진행조차 안되고 있는 것도 다수다.

자산운용시장은 매우 미래가 밝다. 기존 개인들의 자산은 부동산이 매우 컸지만, 향후에는 부동산 비중이 줄고, 금융자산 비중이 올라갈 것이다.

또한 연기금의 역할도 중요해지면서, 규모도 더 커질 것이다.

기회가 있는 시장에 기존 플레이어들은 매우 굼뜨다. 무엇이 문제인지 아는지, 알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건지 알 수 없다. 기존 플레이어들이 발전이 없다면, 신규 플레이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건 당연하다. 운용업은 자본집약적 산업이 아니다. 저자본으로도 충분히 진입가능한 시장이 이 시장이다. 향후에 이 업계에 많은 구조변화가 있을 것 같다. 지금의 상위권회사들이 10년뒤에도  몇이나 top-tier 군에 남아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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